[스크랩] 시조공부 2 단계 / 1. 시적 표현과 고정관념 / 예 촌 --서 길 석
시조(時調) 공부 2
시조 공부 1단계에서는 시조의 기본에 대하여만 수박 겉핥기식으로 훑어보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좀 더 깊이를 더하여 시나 시조 짓기 위주로 공부를 해보기로 합니다. 너무 지나치게 전문화 된 자료다 싶으면 개략적으로 훑다가 이 정도는 알아야겠다 싶은 것만 골라 공부해 보시기 바랍니다. |
시적 표현(詩的 表現)의 이해(理解)
1. 시적 표현과 고정관념
다음 3편의 시조를 읽고 어느 작품이 가장 시조답다고 느껴지는지 각자 한 편씩 골라봅시다.
강 1
피를 흘리며 땀을 흘리며 퍼렇게 멍든 강은
꽃망울 송이 송이 터뜨릴 내일을 위해
뜨거운 마음을 숨기며 쉬임 없이 흘렀다.
숨차오는 고통도 뒤로 뒤로 밀어놓고
높은 산을 타고 넘는 그런 바람처럼
한 마디 말없이 그저 앞으로만 흘렀다.
강 2
푸른 혈맥이 엉기어 꿈틀거리는 가슴
수 천년 이어온 꿈 암흑 광명 다 씻으며
내일로 굽이친다네 푸른 하늘을 닮은 채.
영원을 비추며 오욕의 역사를 더듬으며
아무도 점치지 못한 미래의 한 광휘를
저리도 온후한 전신으로 조용히 말하네.
강 3
강물은 둑을 따라 천천히 흐릅니다
행락객 다 가버린 여인숙 닫힌 창을 보며
눈 감고 생각하기도 하며 모로 눕기도 하며.
밟힌 풀이 허리 펴는 순간을 봅니다
이곳을 다시 올 수 있는 날은 없구나
다가올 다른 세계를 기다리는 여심으로.
☞ < 강 1 >은 이것저것 끌어들여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꾸미고 있어 장식적 수사가 눈에 거슬립니
다. 결국 ‘강이 힘차게, 쉼 없이, 앞으로만 흐른다’는 내용을 위한 시구들의 나열로 가득 차있습니다.
< 강 2 >는 아는 체하는, 어딘가 철학적 냄새를 피우며 현학취(심오한 학문적)가 강하게 풍깁니다.
시가 철학적 내용(시 속에 깊은 뜻)이 있어야지 철학적 수사를 쓰는 것은 아는 체하는 것에 불과합니
다.
< 강 3 >은 장식적이지도 않고 현학적이지도 않으며 사실적인 인식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는 작품입니
다. 즉, 작가가 스스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가 보입니다. < 강 3 >을 가장 좋다고
느낀 사람이 시나 시조에 관한 바른 인식(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고 거기서부터 모든 思考를 출발하고자
하는)을 갖고 있다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