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시조(時調) 공부 2 단계 /4. 감정의 노출과 억제 / 예촌 --서 길 석
시조(時調) 공부 2
4. 감정의 노출과 억제
전 편 2장과 3장에서 다룬 < 도시의 여름 >은 감흥이긴 하되 누구에게 멧시지를 전하지 못하는 혼잣
소리, 푸념 차원이 돼 버렸습니다.
시나 시조는 감정의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세계(어떤 사물, 현상 등의 내면세계)가 숨기고 있는 모든 가
치다운 것들을 감지하고 표현하는 예술형식입니다. 고로 시나 시조에는 푸념이나 혼잣소리가 끼어들 틈
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그런 감정의 세계입니다. 그래서 「엘리어트」도 “시란 감정의 해방이 아니고
감정의 탈출이다”고 했습니다.
5. 논리적 언어와 통상적 언어
< 길 >
공간 가득한 소리와 문자들이
가로 되고 세로 되어 틈을 채운다
꼬리가 잘려 나가버린 떠다니는 소리들.
석유내 남은 채 구겨진 문자가
틈새 비집어도 내 찾던 길은 안 보이고
황량한 하루를 감고 무게감만 더해진다.
가로를 긋기 위해 세로를 세우기 위해
틈이 갈라지고 틈이 흔들리고
또다시 다가서는 건 허무의 중량감 뿐.
< 조그만 사랑노래 >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모든 것들도 종적없이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 가리고 박혀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 찬찬히 깨어진 금들.
성긴 눈이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짚시의 막사 주변을 서성이는 몇 송이 눈.
☞ < 길 >은 논리적 성향 이 강하고, < 조그만 사랑노래 >는 통상적 성향이 강합니다.
ㅇ 논리적 언어 : < 길 >의 공간, 소리, 가로, 세로, 무게감, 중량감 등.
ㅇ 통상적 언어 : < 조그만 사랑노래 >의 어제, 편지, 돌, 얼굴, 저녁, 길, 눈, 하늘 등.
․ 시와 시조가 인간 정서의 표현이고, 「아놀드」의 말대로 “가장 완전한 표현 양식”이라 할 때 인간
정서의 표현은 논리적 표현이어서는 곤란합니다.
․ 언어의 기능은 정보, 표현, 지령, 미적(美的), 친교적 등의 여러 기능이 있으며 언어의 기능이 어느 한
부분의 기능만 하지는 않습니다.
․ 시에서 중요시되는 기능은 논리적 기능보다는 미적기능(美的機能)입니다.
․ 시나 시조는 어느 한 쪽도 아닌 ‘전면적’으로 의사소통을 꿈꾸는 언어이되, 작가의 감정과 태도만을 표
현하는 언어 행위도 아니고 개념적 의미의 정보만을 전달하는 것도 아닌,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언어적 세계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