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를 쓰고자 하는 분께
김종호
우선, <동시>에 대한 제 생각부터 말씀드리고 나서, 틈틈이 생각나는대로 글을 올려보겠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동시의 대상이 단지 어린이라고 쉽게 말하는 것에 대해 반대합니다. 어린이의 세계, 즉 '동심'을 다루었다고 해서 그 대상이 모두 어린이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착하고 깨끗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동심은 존재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린이, 어른 모두에게 읽히는 동시를 쓰고자 합니다.
1. 그렇다면 과연 동시(童詩)란 무엇이며 어떻게 쓸 것인가.
동시는 한 마디로 말해서 어린이를 위한 시입니다. 시의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동시와 시가 같다고 할 수 있겠으나, 기능적 측면 또는 시의 효용성에서는 동시와 시가 엄연히 구별될 수밖에 없지요. ‘詩’앞에 ‘童’이란 글자를 떼어 냄으로써 개념에서 오는 독자의 제약성을 깨뜨려 버리자고 주장하는 시인도 있으나, 아무튼 동시의 전달 대상은 일차적으로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시론에서는 <동시는 어린이의 마음 세계를 표출한 어른이 어린이를 위해 쓴 시>라고 말합니다. 한 시인이, 어린이다운 상상과 사물에 대한 감각 체험으로,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는 시어를 통해서 형상화한 시가 동시라는 얘기지요. 제가 앞에서, 동시를 쓰되 반드시 어린이만을 독자 대상으로 하여 쓰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렇더라도 동시의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린이의 사상과 감정의 재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소박하고 단순한 사상 및 감정을 응축시킬 수 있는 시어의 개발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생깁니다.
첫째, 동시를 쓰는 시인이 성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린이다운 상상과 감각 체험을 재현하기 위해 어린이 마음 세계로 얼마만큼 접근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둘째, 동심과 동심적인 것의 구별도 모호해집니다. 동심은 말 그대로 어린이의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린이가 쓴 동시를 어떤 위치에 놓아야 하는가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어린이가 쓴 동시는 <어린이시, 유아시, 아동시, 소년시>등으로 구분하는 것이 좋겠지요.
셋째, 동심과 어린이의 감정을 제재로 하였다고 해서 다 동시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비록 어린이에게 이해되고 소박하고 단순한 시어로 아동 독자를 의식하고 씌어진 동시라 하더라도, 어린이 삶의 참모습을 포착하지 못한 동시는 진정한 의미의 시가 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2. 동시는 어떤 특성을 가진 글일까.
첫째, 사물에 대한 감각 체험을 어린이 마음 세계 안으로 끌어들이고, 이를 또한 어린이다운 상상과 정감으로 재현시키게 됩니다. 이것이 동시에서 핵심적인 특성이라 할 수 있지요.
시인이 어린이 마음 세계로 돌아가 사물을 대한다는 것은 어린이 시절의 삶을 다시 체험한다는 말과 마찬가지입니다.
둘째, 동시는 동시어로 생성된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즉 시인이 어린이 마음 안에서의 상상 체험이나 감각 체험에 알맞은 시어를 발굴하고 창조해 내는 일입니다.
셋째, 동시는 시어가 지닌 음악성을 중히 여기며, 그것을 통해 아동에게 생동하는 정서를 함유시키며, 풍부한 시정을 통해 자연과의 조화를 꾀합니다.
시인은 자신의 마음을 어린이의 마음 세계로 만들어 사물에 대한 새로운 경이를 아동에게 불러 일으켜 줍니다. 그리하여 상상의 세계를 가능한 한 확대하며, 자신의 정신적 세계를 아동에게 전개, 제시하는 전달자가 되는 것이지요.
♠ 아동문학가이셨던 이원수 선생께서는 형태면에서 동시를 특징짓는 것으로,
① 아동이 알 수 있는 말을 쓴다는 것 / ② 시의 표현 기교의 소박성 / ③ 시가 내포하고 있는 사상이 아동에게 이해될 수 있는 범위와 한계의 고려 / ④ 아동의 생활이 그 소재가 되는 수가 많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시인이 아동이 된 심리상태에서 노래할 수 있는 점을 들었습니다.
♠ 한편 이재철 선생은, 동시는 아동의 정서를 순화시키고 사고를 심화시키는 데 큰 교육적 영향을 발휘한다고 말하면서, 동시의 특성적인 의의를 다음의 두 가지로 들고 있습니다.
첫째, 동시는 아동에게 그것이 가지는 운율적인 내재율을 통하여 언어의 향기·기품·음영·색채 등이 교묘하게 생동하는 것을 음미케 함으로써 그 속에 흐르는 풍부한 시정을 접하게 한다.
둘째, 동시는 아동으로 하여금 객관적 사상의 의미 파악과 이지적 해석을 가능케 함으로써, 이론과 설교를 떠나 찬미와 흠모로 아동의 시심을 육성시키는 것이다.
♣ 어린이가 쓴 시를 한 편 감상하면서 오늘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처음에는 시의 행과 연 구분이 제대로 되지 않은 시였지만, 지도와 함께 퇴고가 이루어진 시입니다.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이 잘 드러납니다.
소뿔 / 경북 울진 4년 정이원
우리 소가 웬일인지 뿔을
벽에다 콱콱 박았다.
화가 디게 났다.
송아지가 쭈쭈를 먹다가
깨물어서 그렇다.
뿔에 피가 철철 났다.
어머니가 헝겊으로 싸매 주었다.
송아지는 엠매엠매 울었다.
어미소야!
제발 뿔을 박지 마라.
한참 뒤에 어미소는
아픈 걸 아는지
가만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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